2006년 8월 11일에 시행한 국가직 7급 공무원 시험 국어 기출문제입니다.


【1】 다음의 두 작품에서, (가)의 시점의 특징을 (나)의 시점과 비교해 볼 때, 적용되지 않는 것은?
(가) 나는 그제서야 눈을 뜨고 다시 석대 쪽을 보았다. 그 사이 수갑을 받은 석대는 두 손으로 피묻은 입가를 씻으며 비척비척 끌려가고 있었다. 내 곁을 지날 때 힐끗 나를 곁눈질했지만 조금도 나를 알아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 그날 밤 나는 잠든 아내와 아이들 곁에서 늦도록 술잔을 비웠다. 나중에는 눈물까지 두어 방울 떨군 것 같은데, 그러나 그게 나를 위한 것이었는지 그를 위한 것이었는지, 또 세계와 인생에 대한 안도에서였는지 새로운 비관(悲觀)에서였는지는 지금에조차 뚜렷하지 않다.
(나) 아내의 직업이 있었던가? 나는 아내의 직업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만일 아내에게 직업이 없었다면 같이 직업이 없는 나처럼 외출할 필요가 생기지 않을 것인데― 아내는 외출한다. 외출할 뿐만 아니라 내객도 많다. 아내에게 내객이 많은 날은 나는 온종일 이불을 쓰고 누워 있어야만 된다.
① (가)에 비해, (나)는 시간적 공간적인 서술이 배제되고 있다.
② (가)에 비해, (나)는 권위적인 서술적 표현이 감소하고 있다.
③ (가)에 비해, (나)는 사건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④ (가)에 비해, (나)는 서술방식이 자기중심적이다.


【해설】
 (가)는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다. 서술자인 "나"가 실질적인 주인공인 "엄석대"를 다시 만나는 대목이다. 석대가 수갑을 찬 채 경찰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소설이다. 그러나, (나)는 서술자인 "나"가 독백적 어조로 자신의 아내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내와 자신의 관계가 기형적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부분인데, 이렇게 속이야기를 털어놓는 대목이 나오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봐야 한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꼼꼼풀이】
① (가)는 사건이 전달되고 있으므로 시간, 공간적 서술이 나타나고 있다. (나)는 1인칭 주인공(서술자) 시점이므로, 자신의 생각을 위주로 표현하는 주관적 내용이 많다.

【2】 다음 중 판소리에서 장단을 짚는 고수가 창의 사이사이에 흥을 돋우기 위하여 삽입하는 소리는?
① 아니리
② 발림
③ 추임새
④ 시나위

【해설】
판소리와 연관된 용어는 아주 중요하다.

【꼼꼼풀이】
① 판소리에서 줄거리를 설명해 주는 대사부분이다. 대개 중요한 대목은 노래인 "창"으로 한다.
② 발림은 너름새와 같은 용어다. 광대가 판소리를 하다가 동작을 하는 부분을 가리킨다.
④ 시나위는 자유로운 민요조를 말한다.

〈참고〉 시나위=산조=즉흥곡
①호남지방의 무악(巫樂)이며 토속적인 향악(鄕樂)이란 의미로 쓰인다.
②유래로는 무속음악에서 영혼을 달래는 의식으로부터 출발하였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③무당이 육자배기토리로 된 무가를 부르면 모든 악기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그에 맞춰 연주를 하므로 고도의 음악성을 요구한다.
④시나위는 조선 후기에 산조․판소리․잡가 등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판소리에는 시나위의 더늠이 간혹 보인다.
⑤서양음악의 즉흥곡과 비슷하며, 재즈의 애드리브와도 상통하는 자유로운 음악형식이다.  ⑥연주 형태는 독주와 합주로 편성되는데, 대개 아쟁, 해금, 거문고, 가야금, 대금, 피리, 장구가 쓰이고 때로 구음(사람 목소리)도 쓰이기도 한다.


【3】 다음의 한자성어 중에서 제 꾀에 제가 빠져서 속아 넘어간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은?
현대인은 너무 약다. 전체를 위하여 약은 것이 아니라 자기 중심, 자기 본위로만 약다. 백년 대계를 위하여 영리한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일, 코앞의 일에만 아름아름하는 고식지계(姑息之計)에 현명하다. 염결(廉潔)에 밝은 것이 아니라 극단의 이기주의에 밝다. 이것은 실상은 현명한 것이 아니요 우매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제 꾀에 제가 빠져서 속아 넘어갈) 현명이라고나 할까.
① 자아도취(自我陶醉)
② 자강불식(自强不息)
③ 자승자박(自繩自縛)
④ 자가당착(自家撞着)

【해설】
③ 자승자박이란 자신의 논리에 자신이 묶이는 것을 말한다. 이 글은 이희승의 〈딸깍발이〉란 수필인데 꼭 읽어봐야 하는 글이다.

【꼼꼼풀이】
② 스스로 힘써 쉬지 않는다는 말로 노력하는 모습을 말한다.
④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여기 나온 한자는 아주 중요하다. 글자에 주의해서 공부해 두자.

〈딸깍발이에 나오는 어휘 몇 개〉
①얼음에 박 밀듯이: 글을 막히지 않고 줄줄 외는 모습
② 겻불: 겨를 태운 불로, 불기운이 약하다.
③ 단석(旦夕):시기나 상태 따위의 위급함이 절박한 모양. 예)조국의 운명이 단석에 이르렀을 때.


【4】 다음 작품에서, "극적실험"에 해당하지 않는 장르는?
장남 :  전 이 집 장남입니다. 이 쪽 높은 방은 저하고 누이가 함께 생활하는 곳입니
다. 아버지를 소개하기 전에,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비결을 말씀드리겠어요. 아주 간단합니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면 됩니다. 밥 세 끼도 제대로 못 먹이고, 학비도 제대로 못 주는 부모들이, 아들딸이 결혼할 때가 되면 아주 귀찮게 간섭을 한단 말입니다. 우리는 이런 버릇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 집이 비교적 행복한 것도 우리 부모님의 열렬한 책임감 때문입니다. (자기 손목시계를 보며) 지금이 저녁 일곱 시 반이니, 아마 아버지가 곧 돌아오실 겁니다. 아버지는 늘 쾌활한 얼굴에다 발걸음은 참새처럼 가볍지요.
(졸음이 오는 지루한 음악과 더불어 철문 도어가 무겁게 열리며 교수 등장. 아래위 양복이 원고지를 덧붙여 만든 것처럼 이것저것 원고지 칸 투성이다. 손에는 큼직한 낡은 가방을 들고 있다. 허리에 쇠사슬을 두르고 있는데, 허리를 돌고 남은 줄이 마루에 줄줄 끌려 다닌다. 쇠사슬이 도어 밖까지 나가 있어 끝이 없다. 도어를 닫고 소파를 힘들게 앉는다. 여전히 쇠사슬을 끌고 다니면서, 가방은 자기 옆에 놓고 처음으로 전면을 바라본다. 중년에 퍽 마른 얼굴, 이마엔 주름살이 가고, 찌푸린 얼굴은 돌 모양 변화가 없다. 잠시 후, 피곤하다는 듯이 두 팔을 옆으로 뻗치면서 크게 기지개를 한다.)  〈중략〉
교수 : 그 곡 이름이 뭐지?
 처  : "찬란한 인생"이라나요.
교수 : 찬란한 인생이라. 찬란한 인생이 자꾸 되풀이된다는 말이군.
 처  : 그런가 부죠. (교수가 소파 앞에 굴러 있는 신문지를 집어 본다.)
교수 : (신문을 혼자 읽는다.) 참 비가 많이 왔군. 강원도 쪽의 눈이 굉장한 모양인데.
또 살인이야. 이번엔 두 살 난 애가 자기 아비를 죽였대. 참, 지프차가 동대문을 들이받아 동대문이 완전히 무너졌군. 지프차는 도망가 버리고. 이것 봐. 내 "개성을 잃은 노동자"라는 번역 책이 착취사(搾取社)에서 다시 나왔어. 이 씨가 또 당선됐군. 신경통에 듣는 한약이 새로 나왔는데. 끔찍해라, 남편이 자기 아내한테 또 매맞았군.
(처가 신문지를 한 장 다시 접는다. 날짜를 보더니)
 처  : 당신도 참, 그건 옛날 신문이에요. 오늘 것은 여기 있는데.
교수 : (보던 신문 날짜를 읽고) 오라, 삼 년 전 신문을 읽고 있었군. 오늘 신문 이리
주시오. (오늘 신문을 받아 가지고 다시 읽는다.) 참, 비가 많이 왔군. 강원도 쪽에 눈이 굉장한 모양인데. 또 살인이야. 이번에는 두 살 난 애가 자기 아비를 죽였대. 참, 지프차가 동대문을 들이받아 동대문이 완전히 무너졌군. 지프차는 도망가 버리구. 이것 봐, 내 "개성을 잃은 노동자"라는 번역 책이 악마사(惡魔社)에서 다시 나왔어. 이 씨가 또 당선됐군. 신경통에 듣는 한약이 새로 나왔는데. 끔찍해라, 남편이 자기 아내한테 또 매맞았군.
① 부조리극
② 서사극
③ 표현주의극
④ 잔혹극

【해설】
④ 잔혹극. 이근삼의 〈원고지〉이다. 현대인의 강박관념과 불합리한 상황을 나타낸 작품이다. 등장인물인 가족들은 전혀 유대감을 보이지 않고 파편화되어 있는데, 현대인이 처한 상황을 우화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장치이다. 주인공인 교수는 끊임없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되뇌이고 있는데, 이런 장치들이 바로 부조리극이나 표현주의극에서 영향 받은 것이다. 20세기 극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부조리극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작품을 보면 전혀 인과성이 없고 뚜렷한 갈등이 없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내는데, 그런 경향이 이 작품에서 보인다. 전통극인 아레스토텔레스적인 3일치 법칙이라든가 그런 형식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 이런 현대극의 특징이다.

〈참고: 잔혹극〉 심오하고 과격하며 에로틱한 충동을 해방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제시한 마술과 제의 및 제사에 기초를 둔 연극 개념이다. 모든 인간의 저변에 존재한다고 하는 잔혹성과 사악하고 과격한 선정성을 과장시켜 보여 주고자 한다.

〈서사극〉  베르톨트 브레이트가 정치적 주제를 다루기 위해 만든 극이다. 서사극은 관객으로 하여금 무대로부터 비판적인 거리를 지니게 하여, 내용에 대해서 숙고하고 인식하는 계기를 준다. 그 수단으로서 이른바 "이화효과(異化效果)"가 쓰이고, 몸짓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 서사화(敍事化)의 수단으로서 자막․환등․노래․말씨 등도 극의 흐름을 중단하거나 해설하기 위하여 사용되었다.

〈부조리극〉 1. 현대인의 불합리한 삶의 조건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고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추상적인 상황에서 생각을 하게 만든다 2. 극적 전달방식이 거칠고 틀에 벗어난다. 3. 일반연극과 달라 보이며, 특정한 줄거리가 없다.

〈표현주의극〉
20세기 초 독일을 중심으로 전개된 문예사조인 표현주의가 연극에 반영되어 나타난 것으로, 자연주의극과 마찬가지로 사실주의극에서 파생되었으며 인간의 내면과 무의식의 세계를 주관적으로 묘사한다.
특징은 우선 개인의 가장 주관적인 내부세계의 묘사에 충실하기 때문에 자연히 자서전적인 요소를 극중에 강하게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등장인물은 작가 자신의 분신이거나 주인공의 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한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개성적인 살아 있는 인물이 되지 못하고 유형화되거나 풍자화된 인물로서 사회의 한 집단을 대표한다.


【5】 다음은 각 계절과 24절기를 연결한 것이다. 이 중 맞지 않은 것은?
① 봄 ­ 穀雨
② 여름 ­ 亡種
③ 가을 ­ 淸明
④ 겨울 ­ 立冬

【해설】
청명(淸明)은 4월 5일 〈한식(寒食)〉이라고도 하는데, 충신 개자추의 고사가 있는 절기이다. 논공행상(論功行賞)에서 제외된 개자추가 죽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제삿날에 찬 밥을 먹고 찬 방에서 잤다는 고사가 있는 절기이다.

【꼼꼼풀이】
① 곡우(농사 비가 오는 날)
② 망종(씨뿌리는 절기)
④ 입동

【6】 다음 중 외래어와 순화어의 연결이 바르지 않은 것은?
① 딜레마 ­ 궁지
② 보너스 ­ 상여금
③ 징크스 ­ 행운
④ 바로미터 ­ 지표

【해설】
③ 징크스: 불길한 일, 재수 없는 일로 순화되었다.

【7】 다음 중 儉素와 대립되는 의미의 한자어가 아닌 것은?
① 豪奢
② 華麗
③ 奢侈
④ 輕薄

【해설】
④ 경박(輕薄: 가벼울 경, 엷을 박)
① 호사(豪奢:호걸 호, 사치할 사)
② 화려(華麗:꽃 화, 고울 려)
③ 사치(奢侈:사치할 사, 사치할 치)

【8】 다음 중 고유어의 뜻풀이가 잘못된 것은?
① 몸가축: 몸을 매만지고 더듬음
② 울력: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일함
③ 음전하다: 말이나 태도가 음흉하다
④ 투미하다: 어리석고 둔하다

【해설】
③ 음전하다: 말이나 행동이 곱고 우아하거나, 또는 얌전하고 점잖은 것을 말한다. 예) 논개의 태도는 음전했다.

【9】 다음 글에서 밑줄 친 부분을 한자로 표현한 것 중 모두 맞는 것은?
성실한 자세로 일하여 인류 공영에 이바지한다.
① 誠實, 姿勢, 人類共榮
② 誠實, 藉勢, 人類共營
③ 成實, 姿勢, 人類共營
④ 成實, 藉勢, 人類共榮

【해설】
성실(誠實: 정성 성, 열매 실),
자세(姿勢:맵시 자,모양 세),
인류(人類)공영(共榮:함께 공, 번성할 영)

【꼼꼼풀이】
① 자(藉:깔개 자) ② 영(營:경영할 영)

【10】 다음 속담의 뜻을 잘못 짝지은 것은?
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다: 아무 관계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어떤 관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을 받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② 계란에도 뼈가 있다: 어떤 사람이 하는 일에도 반드시 그에 대한 의도가 있는 것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③ 가재는 게 편: 서로 형편이 비슷하여 잘 어울림을 이르는 말
④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 리를 간다: 한 사람이 크게 되면 친척이나 친구들까지 은덕을 입는다.

【해설】
② 계란유골(鷄卵有骨: 닭 계, 알 란, 있을 유, 뼈 골): 달걀에도 뼈가 있다는 뜻으로, 운수가 나쁜 사람은 모처럼 좋은 기회를 만나도 역시 일이 잘 안됨을 이르는 말이다.

【꼼꼼풀이】 속담과 고사성어 연결하자.
①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오, 날다 비, 배 리, 떨어질 락)
③ 유유상종(類類相從)

【11】 다음은 〈월인석보〉의 일부이다. 괄호 안에 동사 "들다[入]"를 활용하여 현대어의 "들었느냐?"와 같은 과거형 의문문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괄호 안에 들어갈 동사의 15세기 당시의 활용 형태로 적절한 것은?


【12】 다음의 사설시조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형식면에서 가사나 민요의 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② 열거와 반복으로 해학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③ 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이 돋보인다.
④ 구체적이고 친근한 일상어와 주변의 사물을 적극 활용하였다.

【해설】
이 사설시조의 주제는 마음의 근심을 풀어보고자 하는 것이지,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쓴 글이 아니다.

【꼼꼼풀이】
① 4음보격이므로 가사나 민요의 율격을 알 수 있다.
② "창 내고자"의 반복이 보이고, 다양한 문의 종류를 열거해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④ 고모장지, 세살장지, 장도리 같은 일상적 사물을 열거하고 있다. 

【13】 다음 소설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백화가 보퉁이를 들고 일어섰다.
"정말, 잊어버리지…… 않을께요."
백화는 개찰구로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백화는 눈이 젖은 채 웃고 있었다.
"내 이름 백화가 아니예요. 본명은요…… 이점례예요."
여자는 개찰구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에 기차가 떠났다.
그들은 나무 의자에 기대어 한 시간쯤 잤다. 깨어 보니 대합실 바깥에 다시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기차는 연착이었다. 밤차를 타려는 시골 사람들이 의자마다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담배를 나눠 피웠다. 먼 길을 걷고 나서 잠깐 눈을 붙였더니 더욱 피로해졌던 것이다. 영달이가 혼잣말로
"쳇, 며칠이나 견디나……"
"뭐라구?"
"아뇨, 백화란 여자 말요. 저런 애들…… 한 사날두 시골 생활 못 배겨나요."
"사람 나름이지만 하긴 그럴 거요. 요즘 세상에 일이 년 안으루 인정이 휙 변해 가는 판인데……"
정씨 옆에 앉았던 노인이 두 사람의 행색과 무릎 위의 배낭을 눈 여겨 살피더니 말을 걸어 왔다.
"어디 일들 가슈?"
"아뇨, 고향에 갑니다."
"고향이 어딘데……"
"삼포라구 아십니까?"
"어 알지, 우리 아들놈이 거기서 도자를 끄는데……"
"삼포에서요? 거 어디 공사 벌릴 데나 됩니까. 고작해야 고기잡이나 하구 감자나 매는데요."
"어허! 몇 년 만에 가는 거요?"
"십 년."
노인은 그렇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두 말우. 거긴 지금 육지야. 바다에 방둑을 쌓아 놓구, 추럭이 수십 대씩 돌을 실어 나른다구."
"뭣땜에요?"
"낸들 아나, 뭐 관광호텔을 여러 채 짓는담서 복잡하기가 말할 수 없데."
"동네는 그대루 있을까요?"
"그대루가 뭐요. 맨 천지에 공사판 사람들에다 장까지 들어섰는걸."
"그럼 나룻배두 없어졌겠네요."
"바다 위로 신작로가 났는데, 나룻배는 뭐에 쓰오. 허허 사람이 많아지니 변고지, 사람이 많아지면 하늘을 잊는 법이거든."
작정하고 벼르다가 찾아가는 고향이었으나, 정씨에게는 풍문마저 낯설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영달이가 말했다.
"잘 됐군. 우리 거기서 공사판 일이나 잡읍시다."
그때에 기차가 도착했다. 정씨는 발걸음이 내키질 않았다. 그는 마음의 정처를 잃어버렸던 때문이었다.
어느 결에 정씨는 영달이와 똑같은 입장이 되어 버렸다.
기차는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서 달려갔다.
① 이상향인 고향의 상실에 대한 아픔을 표현하였다.
② 산업화로 인해 궁핍에 몰린 대중들의 삶을 표현하였다.
③ 도시화에 물든 등장인물들의 인간 소외를 나타내고 있다.
④ 갈 곳을 잃고 떠도는 등장인물들의 여정을 표현하였다.

【해설】
황석영 선생의 〈삼포 가는 길〉이다. 이 글에서 주인공들은 떠돌이 처지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있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③이 답이다. 글의 주제가 급속한 산업화의 이면인 농촌와해 문제, 고향상실 문제라는 것을 기억하면 풀 수 있는 문제이다.

【꼼꼼풀이】
도시화로 인한 인간소외 문제를 다룬 것은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누이를 위하여〉 같은 작품을 들 수 있다.

【14】 다음 중 한자가 모두 올바른 것은?
① 신뢰(信賴), 소송(訴送), 예산(豫算), 입찰(入札), 복개(覆蓋)
② 규모(規模), 건설(建設), 경협(輕俠), 세무(稅務), 당선(當選)
③ 보훈(保勳), 기상(氣像), 정훈(政訓), 병무(兵務), 재정(再定)
④ 현물(現物), 호황(好況), 주식(株式), 개황(改況), 간척(干拓)

【해설】
현재 복원으로 정답은 ②./ ① 신뢰(信賴: 믿을 신, 힘입을 뢰), 소송(訴訟: 하소연할 소, 송사할 송), 예산(豫算: 미리 예, 세다 산), 입찰(入札: 들어갈 입, 나무패 찰), 복개(覆蓋: 뒤집을 복, 덮을 개) ② 규모(規模: 법 규, 법 모), 건설(建設: 세울 건, 베풀 설), 경협(輕俠: 가벼울 경, 젊을 협: 경박하게 호걸 흉내를 내는 사람), 세무(稅務: 세금 세, 일할 무), 당선(當選: 당할 당, 가릴 선) ③ 보훈(報勳: 갚을 보, 공 훈), 기상(氣像: 기운 기, 형상 상), 정훈(政訓: 정치 정, 가르칠 훈), 병무(兵務: 군사 병, 일할 무), 재정(再訂: 다시 재, 바로잡을 정) ④ 현물(現物: 나타날 현, 물건 물), 호황(好況: 좋을 호, 하물며 황). 주식(柱式: 기둥 주, 법 식), 개황(槪況: 평미레 개, 하물며 황), 간척(干拓: 방패 간, 넓힐 척)

〈동음이의어 주의하자〉
① 기상(氣象): 날씨 상태/ 기상(氣像): 사람이 지닌 기운
② 재정(財政): 경제적 상태/ 재정(再訂): 다시 바로잡아 고침
③ 경협(輕俠): 경박하게 호걸 흉내 내는 사람/ 경협(經協): 경제협정의 줄인말

【꼼꼼풀이】
척(拓)은 두 가지로 읽힌다.
① 열다 척: 개척(開拓), 간척(干拓)
② 베낄 탁: 탁본(拓本): 비석에서 글씨, 그림을 베끼는 것.

【15】 다음은 단편서사시에 관한 설명이다. 옳지 않은 것은?
① 1930년대를 전후로 하여 KAPF 계열에서 선보였다.
② 시 속에 이야기를 끌어들여 대중성과 사실성을 부각하였다. 
③ 임화의 "우리 오빠와 화로"에서 서간체 형식을 도입했다.
④ 서사시의 형태는 김동환의 "국경의 밤"으로부터 신동엽의 "금강"으로 발전하였다.

【해설】
카프파(예맹파)가 활약한 한 것이 20년대라는 것을 알면 풀 수 있는 문제이다. 〈개벽〉지 중심으로 활약한 김기진이 임화의 〈우리 오빠와 화로〉란 작품을 두고 "단편서사시"라고 한 데서 이 용어가 나왔다. 카프과 대중과 유리된 문학을 한다는 비난에 맞서 임화의 이런 시가 대중성을 지닌다 해서 김기진이 높이 평가하였다. 카프의 대중화노선과 연관된 작품으로 보면 된다.

【꼼꼼풀이】
이 작품 이외에도 〈네 거리의 순이〉 같은 시도 단편서사시로 본다.
오빠!… 그러나 염려는 마세요.
저는 용감한 이 나라 청년인 우리 오빠와 핏줄을 같이한 계집애이고,
영남이도 오빠가 늘 칭찬하던 쇠같은 거북무늬 화로를 사온 오빠의 동생이 아니예요?
그리고 참, 오빠, 아까 그 젊은 나머지 오빠의 친구들이 왔다 갔습니다.
눈물나는 우리 오빠 동무의 소식을 전해주고 갔어요.
사랑스런 용감한 청년들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청년들이었습니다.
화로는 깨어져도 화젓갈은 깃대처럼 남지 않았어요.
우리 오빠는 가셨어도 귀여운 "피오닐" 영남이가 있고
그리고 모­든 어린 "피오닐"의 따뜻한 누이 품 제 가슴이 아직도 더웁습니다.
임화(1908­1953) [우리 오빠와 화로] 일부.

〈임화에 대하여〉
1926년 카프에 가입한 이래 조직활동에서 줄곧 중추적 역할을 했다. 1932년 김남천(金南天) 등과 함께 카프의 제2차 방향전환을 주도한 후 서기장이 되었으며, 1935년에는 카프 해소파의 주류를 형성, 카프 해산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시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1929년 무렵부터로, 이때 그는 《우리 오빠와 화로》 《우산 받은 요코하마[橫濱]의 부두》 《네거리의 순이》와 같은 단편 서사시 계열의 시를 발표, 경향시가 지향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신문학사의 서술에도 관심을 기울였는데, 특히 그의 《개설 신문학사》에서 체계적인 방법론을 갖춘 최초의 근대문학사가 시도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8․15광복 이후에 그는 "조선문학건설본부"와 그 후신인 "조선문학가동맹"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후 월북하였고, 1953년 남로당 숙청 때 미제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으로는 시집에 《현해탄(玄海灘)》 《찬가(讚歌)》 《회상시집(回想詩集)》 등이 있으며, 평론집에 《문학의 논리》가 있다.


【16】 다음 중 어법이 올바른 문장은?
① 메주로 된장을 담는다.
② 힘은 힘으로서 다스려야 한다.
③ 사회자의 말에 박장대소했다.
④ 얼마나 웃었든지 기진맥진했다.

【해설】
① 발효식품은 "담그다"로 써야 한다.
② 수단의 의미는 "로써"로 쓴다. "~을 가지고"로 해석된다. 예)삽으로써 땅을 판다. 그러나, 자격의 의미인 경우는 "로서"로 쓴다. 예) 민주화운동으로서 광주사태를 재조명한다.

【17】 다음 시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① 남성적이고 위압적인 태도로 부정적인 현실에 맞서고 있다.
② 현실적 난관을 차분하게 성찰하여 해결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③ 이상세계에 대한 절대적 동경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④ 극도의 시련을 넘어서려는 내면세계의 각오를 비장하게 드러내고 있다.

【해설】
마지막 행에 주제가 보인다. "겨울을 강철로 된 무지개"라고 하고 있다.
겨울은 일제치하를 가리키고, 강철은 자기 연단이며, 무지개는 다가올 희망, 해방을 의미한다.

【18】 다음 중 1인칭 주인공시점의 특징으로 올바르지 않은 것은?
① 작품 속 주인공과 독자 사이의 거리가 비교적 멀다.
② 주인공의 내밀한 생각을 독자가 파악할 수 있다.
③ 독자의 관심을 일정한 곳으로만 몰고 가기 쉽다.
④ 독자는 주인공을 관심의 중심에 놓고 감상한다.

【해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주인공은 서술자와 일치하므로 독자한테는 가깝게 느껴진다.

【꼼꼼풀이】
① 인물, 사건의 내면을 분석하는 1인칭 주인공시점과 전지적 작가시점
1) 등장인물과 독자의 사이는 멀다.
서술자가 친절하게 말을 해주므로 독자는 등장인물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이해할 필요가 없으므로 먼 거리를 취하게 된다.
2) 독자와 서술자의 사이는 가깝다.
1인칭의 경우는 수필과 같이 "나"의 이야기이므로 독자는 가깝게 느껴진다. 전지적 작가시점의 경우도 등장인물의 성격과 생각을 독자에게 잘 알려주는 성격의 시점이므로 독자는 가깝게 느끼게 된다.
3) 서술자와 등장인물의 사이는 가깝다.
1인칭의 경우는 등장인물인 "나=서술자"이므로 가깝고, 전지적 작가 시점의 경우 등장인물의 심리까지 모두 알고 있으므로 가깝다.
② 인물, 사건의 외부를 관찰하는 1인칭 관찰자시점과 작가 관찰자시점
1) 등장인물과 독자의 사이는 가깝다.
서술자는 단지 보여주기만 하므로 독자 입장에서는 등장인물을 알아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2)독자와 서술자의 사이는 멀다.
관찰자 시점은 보여주는 시점을 많이 취하므로, 서술자와 독자 사이의 거리는 멀게 느껴진다.
3) 서술자와 등장인물의 사이는 멀다.
관찰자는 등장인물과 좀 떨어진 거리에서 관찰하는 것이므로 거리는 멀다.

【19】 다음은 〈내훈(內訓)〉의 한 부분이다. 여기서 밑줄 친 부분의 현대적인 뜻풀이가 잘못된 것은?

【해설】
④ "섬김이"로 해석해야 한다.
15세기 후반 성종대는 유교이념이 사대부들 사이에 뿌리를 내리던 시기로서, 재혼한 여자의 자손들이 벼슬하는 것을 막고 《언문삼강행실열녀도(諺文三綱行實列女圖)》를 간행하는 등 여성들에 대해서도 유교이념을 확산시키고 있던 사회 흐름 속에서 이루어졌다.
중국의 《열녀전(列女傳)》 《소학(小學)》 《여교(女敎)》 《명감(明鑑)》에서 여자 행실에 절실한 것을 뽑은 것이다. 전체 7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권1의 〈언행〉은 부녀자의 기본적인 말과 행실, 〈효친〉은 부모 섬기기, 〈혼례〉는 혼인의 예절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권2의 〈부부〉는 남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담은 것으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권3의 〈모의(母儀)〉는 어머니로서의 자세, 〈돈목(敦睦)〉은 친척과의 관계, 〈염검(廉儉)〉은 사회 경제 생활의 자세를 담았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당시 전체 민중이 아니라 소수 지배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는 한계를 지닌다. 시기를 달리하면서 여러 번 간행되어 표기법은 물론 어휘와 문체의 변화가 잘 나타나 중세 국어의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20】 다음 중 문장의 호응이 올바르지 않은 것은?
① 헨델의 아버지는 음악을 단순한 위안거리나 오락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여 자기 아들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②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이면서도 동물적인 속성이 있다할지라도 이성에 의존하여 살아갈 때 올바른 삶을 살아 갈수 있다고 본다.
③ 그 사람 말을 듣지 않고 곧장 봉우리로 치오르는 계곡길을 택했다가 여러 번 잡목 숲에 봉착해 고생만 실컷 하다가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④ 세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야기되는 갈등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가 상호 공존하는 ‘지구문화’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해설】
지금 복원된 것에서 가장 문장의 호응이 안 되는 것은 ④이다. 고치자면, 세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야기되는 갈등을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문화가 상호공존하는 지구문화를 만들기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정도로 문장을 써야 한다.





전체정답

【1】③【2】③【3】③【4】④【5】③【6】③【7】④【8】③【9】①【10】②【11】①【12】③【13】③【14】②【15】①【16】③【17】④【18】①【19】④【20】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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