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7일에 시행한 법원직 9급 공무원 시험 국어 기출문제 (1책형) 입니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문2]
다른 고전들에 비추면, 「논어」라는 책이름은 이상하다. 동양 고전들은 주로 그 주인공을 책제목으로 삼는다. 예컨대「맹자」의 주인공은 맹자요, 「장자」의 주인공은 장자다. 한비자가 주인공인 책도 「한비자」요, 순자가 주인공인 책제목은 「순자」다. 이런 관습대로라면 「논어」 역시 「공자」라는 이름을 얻었어야 옳다. 그런데도 「논어」라는 무미건조한 이름을 얻은 데는 필시 까닭이 있으리라.
「논어(論語)」란 ‘논하고 말하다’라는 뜻이다. 이 책의 이름이 「논어」가 된 까닭은, 물론 그 속에 그 제자들의 일화가 섞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더 본질적으로는 ‘이 책 속에는 고유명사로써 한정지을 수 없는 위대한 진리가 담겨 있다’는 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때문으로 보인다. 고유명사로는 진리를 다 담을 수 없다는 막막함에서 그냥 ‘논어’라는 표현으로 제목을 삼았으리라는 것. 만일 책이름이 「공자」라면 이것은 ‘공자’라는 특정인이 발설한, 부분적이고 편향적인 말씀이라는 한정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한정되고 불완전한 인간의 한계를 넘어 보편적 진리의 말씀이 담겼다는 뜻을 드러내기 위해, ‘진리를 논하시고 말씀하신’ 책, 즉 「논어」가 된 것이다. 노자가 잘 지적했듯, 원래 ‘진리는 이름을 갖는다면 참된 진리가 아닌 것이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그것은 영원한 이름이 아닌 법’이다. 공자라는 이름의 한정을 벗어난 참된 진리라는 의미가, 「논어」라는 이름 속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한편 「논어」는 스무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편은 ‘학이(學而)’, 마지막 제20편은 ‘요왈(堯曰)’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학이’니 ‘요왈’이니 하는 편명은 깊은 뜻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장의 머리글자를 따서 그냥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예컨대 학이 편 제일 첫 대목이 ‘학이시습지’ 운운하면서 시작되므로, 그 첫머리 ‘학이’를 똑 떼어 편명으로 삼았을 뿐이다. 또 ‘요왈’이라고 하여 ‘요임금의 말씀’에 대한 논설이나 대화라는 뜻도 아니다. 「논어」의 각 편은 ‘기본적으로’ 주제의식 없이 또 두서 없이 공자의 말씀을 모은 집성일 따름이다.
한편 「논어」는 처음부터 딱 스무 편으로 고정되어서 2500년을 그대로 전해져 온 것은 아니다. 「논어」의 전수에는 곡절이 많았다. 2500년이라는 세월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닐 뿐만 아니라 또 그 와중에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와 같은 절체절명의 단절 위기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논어」가 지금같이 스무 개의 편장으로 이뤄진 표준형으로 고정된 것은 공자가 죽고 나서 한참 뒤였다.

1. 위 글에서 언급되지 않은 내용은?
① 「논어」라는 책 이름이 지어진 이유
② 「논어」의 스무 편에 담긴 각각의 주제
③ 「논어」의 스무 개의 편명이 지어진 배경
④ 「논어」가 스무 편의 표준형으로 고정된 시기


1. 정답: ②

오답풀이:
① 두 번째 단락의 “‘고유 명사로써 한정지을 수 없는 위대한 진리가 담겨 있다’는 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때문으로 보인다.”에서 알 수 있다.

③ 네 번째 단락에서 알 수 있다.

④ 마지막 문장 “「논어」가 지금같이 스무 개의 편장으로 이뤄진 표준형으로 고정된 것은 공자가 죽고 나서 한참 뒤였다.”에서 알 수 있다.

2. 위 글에 드러난 서술방식이 아닌 것은?
① 권위자의 말을 언급하여 신뢰를 높이고 있다.
② 사회적 통념을 반박하며 글을 전개하고 있다.
③ 예시를 사용하여 대상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④ 다른 대상과의 비교를 통해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2. 정답: ②

오답풀이:
① 세 번째 단락에서 노자의 말을 들어 ‘논어’라는 이름이 갖는 의의를 강조하고 있다.

③·④ 첫 번째 단락에서 <맹자>, <장자>, <순자> 등의 예시를 들고 <논어>와 비교하여 <논어>가 갖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3. <보기>를 참고했을 때, ㉠과 ㉡이 동시에 드러난 사례를 고르면?
음절끝소리 규칙은 받침 위치에 있는 자음이 ‘ㄱ, ㄴ, ㄷ, ㄹ, ㅁ, ㅂ, ㅇ’의 7개 자음으로만 발음되는 현상이다. 밖[박], 부엌[부억], 낮[낟], 숲[숩]과 같은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비음화는 비음이 아닌 자음이 비음의 영향을 받아 비음 ‘ㄴ, ㅁ, ㅇ’으로 동화되는 현상이다. 닫는다[단는다], 접는다[점는다], 먹는다[멍는다]를 예로 들 수 있다.
① 입는다[임는다]
② 돋는[돈는]
③ 낫다[낟따]
④ 앞만[암만]


3. 정답: ④

해설:
음절의 끝소리 규칙은 끝소리가 ‘ㄱ, ㄴ, ㄷ, ㄹ, ㅁ, ㅂ, ㅇ’의 일곱 개 대표음으로 실현되는 현상이며, 비음화는 파열음이나 유음이 비음을 만나 비음으로 발음되는 현상이다. ‘앞만’은 ㉠의 음절의 끝소리 규칙에 따라 [압만]이 되고 이는 다시 ㉡ 비음화에 따라 최종적으로 [암만]으로 발음되므로 ④가 답이다.

오답풀이:
①, ②는 ㅂ,ㄷ이 뒤의 비음 ㄴ을 만나 각각 ㅁ, ㄴ으로 발음되므로 ㉡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③은 ㉠에 따라 [낟다]가 되며, 안울림소리 뒤에 안울림 예사소리가 올 때 뒤의 소리가 된소리로 발음되는 된소리되기 현상에 따라 [낟따]로 발음된다. 된소리되기 현상은 보기에 없으므로 ③은 적절하지 않다.

4. 다음 중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은?
김양수 씨가 ②떠난지가 오래다.
그가 그렇게 ③떠나 버린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④지낼 수밖에 없었다.
① 김양수 씨
② 떠난지
③ 떠나 버린 것
④ 지낼 수밖에


4. 정답: ②

해설:
‘지’가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서 경과한 시간을 나타내는 경우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 ‘떠난∨지가 오래다.’

오답풀이:
① 성과 이름 등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쓰므로 ‘김양수 씨’는 맞는 표현이다.

③ 보조 용언은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며 ‘것’은 의존 명사로 앞말에 띄어 쓴다.

④ ‘수’는 어떤 일을 할 만한 능력이나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뜻하는 의존 명사이며, ‘밖에’는 체언 뒤에서 ‘그것 말고는’, ‘그것 이외에는’의 뜻을 나타내는 조사로 앞말에 붙여 쓴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5∼문7]

초팔일 갑신(甲申), 맑다.
정사 박명원(朴明源)과 같은 가마를 타고 삼류하(三流河)를 건너 냉정(冷井)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십여 리 남짓 가서 한 줄기 산기슭을 돌아 나서니 태복(泰卜)이 국궁(鞠躬)을 하고 말 앞으로 달려 나와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큰 소리로,
“백탑(白塔)이 현신(現身)함을 아뢰오.”
한다.
태복이란 자는 정 진사(鄭進士)의 말을 맡은 하인이다. 산기슭이 아직도 가리어 백탑은 보이지 않았다. 말을 채찍질하여 수십 보를 채 못 가서 겨우 산기슭을 벗어나자 눈앞이 아찔해지며 눈에 헛것이 오르락내리락하여 현란했다. 나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사람이란 본디 어디고 붙어 의지하는 데가 없이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채 다니는 존재임을 알았다.
말을 멈추고 사방을 돌아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이마에 대고 말했다.
“좋은 울음터로다. 한바탕 울어 볼 만하구나!”
정 진사가,
ⓐ“이 천지간에 이런 넓은 안계(眼界)를 만나 홀연 울고 싶다니 그 무슨 말씀이오?”
하기에 나는,
“참 그렇겠네. 그러나 아니거든! 천고의 영웅은 잘 울고 미인은 눈물이 많다지만 불과 두어 줄기 소리 없는 눈물이 그저 옷깃을 적셨을 뿐이요, 아직까지 그 울음소리가 쇠나 돌에서 짜 나온 듯하여 천지에 가득 찼다는 소리를 들어 보진 못했소이다. 사람들은 다만 안다는 것이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칠정(七情) 중에서 ‘슬픈 감정〔哀〕’만이 울음을 자아내는 줄 알았지, 칠정이 모두 울음을 자아내는 줄은 모를 겝니다. 기쁨〔喜〕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노여움〔怒〕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즐거움〔樂〕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되고, 사랑〔愛〕이 사무치면 울게 되고, 미움〔惡〕이 극에 달하여도 울게 되고, 욕심〔欲〕이 사무치면 울게 되니, ㉠답답하고 울적한 감정을 확 풀어 버리는 것으로 소리쳐 우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은 없소이다. 울음이란 천지간에 있어서 뇌성벽력에 비할 수 있는 게요. ㉡복받쳐 나오는 감정이 이치에 맞아 터지는 것이 웃음과 뭐 다르리요?
사람들의 보통 감정은 이러한 지극한 감정을 겪어 보지도 못한 채 교묘하게 칠정을 늘어놓고 ‘슬픈 감정〔哀〕’에다 울음을 짜 맞춘 것이오. 이러므로 사람이 죽어 ㉢초상을 치를 때 이내 억지로라도 ‘아이고’, ‘어이’라고 부르짖는 것이지요. 그러나 정말 ㉣칠정에서 우러나오는 지극하고 참다운 소리는 참고 억눌리어 천지 사이에 쌓이고 맺혀서 감히 터져 나올 수 없소이다. 저 한(漢)나라의 가의(賈誼)는 자기의 울음터를 얻지 못하고 참다 못하여 필경은 선실(宣室)을 향하여 한번 큰 소리로 울부짖었으니, 어찌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않을 수 있었으리요.”
“그래, 지금 울 만한 자리가 저토록 넓으니 나도 당신을 따라 한바탕 통곡을 할 터인데 칠정 가운데 어느 ‘정’을 골라 울어야 하겠소?”
“갓난아이에게 물어보게나. 아이가 처음 배 밖으로 나오며 느끼는 ‘정’이란 무엇이오? 처음에는 광명을 볼 것이요, 다음에는 부모 친척들이 눈앞에 가득히 차 있음을 보리니 기쁘고 즐겁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오. 이 같은 기쁨과 즐거움은 늙을 때까지 두 번 다시 없을 일인데 슬프고 성이 날 까닭이 있으랴? 그 ‘정’인즉 응당 즐겁고 웃을 정이련만 도리어 분하고 서러운 생각에 복받쳐서 하염없이 울부짖는다. 혹 누가 말하기를 인생은 잘나나 못나나 죽기는 일반이요, 그 중간에 허물·환란·근심·걱정을 백방으로 겪을 터이니 갓난아이는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여 먼저 울어서 제 조문(弔問)을 제가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결코 갓난아이의 본정이 아닐 겝니다. 아이가 어미 태 속에 자리 잡고 있을 때에는 어둡고 갑갑하고 얽매이고 비좁게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탁 트인 넓은 곳으로 빠져나오자 팔을 펴고 다리를 뻗어 정신이 시원하게 될 터이니, 어찌 한번 감정이 다하도록 참된 소리를 질러 보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므로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을 마땅히 본받아야 하리이다.
비로봉(毘盧峰) 꼭대기에서 동해 바다를 굽어보는 곳에 한바탕 통곡할 ‘자리’를 잡을 것이요, 황해도 장연(長淵)의 금사(金沙) 바닷가에 가면 한바탕 통곡할 ‘자리’를 얻으리니, 오늘 요동 벌판에 이르러 이로부터 산해관(山海關) 일천이백 리까지의 어간(於間)은 사방에 도무지 한 점 산을 볼 수 없고 하늘가와 땅끝이 풀로 붙인 듯, 실로 꿰맨 듯, 고금에 오고 간 비바람만이 이 속에서 창망(蒼茫)할 뿐이니, 이 역시 한번 통곡할 만한 ‘자리’가 아니겠소.”
-박지원, 「통곡할 만한 자리」

5. 위 글의 내용에 비추어 봤을 때, ㉠∼㉣ 중 성격이 가장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5. 정답: ③

해설:
문맥상 ㉠, ㉡, ㉣은 칠정(七情)이 극에 달했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울음을 의미하지만 ㉢은 억지로 내는 소리로 성격이 다르다.

박지원의 <통곡할 만한 자리>는 기행문 <열하일기>에 실려 있는 수필로, 요동 벌판에 이르러 드넓은 세계를 만나는 기쁨을 참신한 발상과 독창적인 비유로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6.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기행문의 성격을 띠고 있다. 
② 다양한 감정들의 예시를 들고 있다.
③ 교훈적이고 회고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④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6. 정답: ③

해설:
이 글은 슬픈 감정(哀)이 아니라도 칠정이 극에 달하면 울게 된다는 개인적 깨달음을 대화를 통해 전개한 글로, 회고적 정서나 다른 사람을 깨우치려는 교훈적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오답풀이:
① 이 글은 조선 정조 때에 박지원이 청나라를 다녀와 쓴 연행일기(燕行日記)인 <열하일기>에 수록된 글로, 견문과 여정이 나타나는 기행 수필이다.

② 사람의 7가지 감정인 칠정(七情) 즉 기쁨(喜), 노여움(怒), 슬픔(哀), 즐거움(樂), 사랑(愛), 미움(惡), 욕심(欲)을 예시로 들고 있다.

④ “‘슬픈 감정’만이 울음을 자아내는 줄 알았지, 칠정이 모두 울음을 자아내는 줄은 모를 겝니다.~복받쳐 나오는 감정이 이치에 맞아 터지는 것이 웃음과 뭐 다르리요?”에서 나타나듯, 글쓴이는 ‘울음’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다.


7. ⓐ에 대한 대답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칠정이 극에 달하면 울음을 터뜨리게 된다오.
② 마치 갓난아이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우는 것과도 같소.
③ 특히 이렇게 드넓은 울음터를 얻었으니 울지 않을 수 없다오.
④ 좁은 세상에 있을 때의 서러움을 풀기 위해 억지로라도 울어야 할 것이오.


7. 정답: ④

해설:
이 글에서 말하는 ‘울음’은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자연스럽게 터지는 참다운 소리로 ‘억지로’내는 소리와는 거리가 멀다.

오답풀이:
②·③ 마지막 두 단락을 통해 알 수 있다. 박지원은 백성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나라의 발달된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북학파의 중심인물이다. 즉 갓난아이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드넓은 요동 벌판을 만났을 때 울어보고 싶다는 말은, 좁은 땅에서 벗어나 광활한 문명 혹은 새로운 문물을 접하게 된 기쁨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8∼10]

(가) ㉠아까부터 그는 설득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천막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넨 어디 출신인가?”
“…….”
“음, 서울이군.”
설득자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중립국이라지만 막연한 얘기요. 제 나라보다 나은 데가 어디 있겠어요. 외국에 가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밖에 나가 봐야 조국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고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압니다. 대한민국이 과도기적인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자유가 있습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유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북한 생활과 포로 생활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인간은…….”
“중립국.”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나라 내 민족의 한 사람이, 타향 만리 이국땅에 가겠다고 나서서, 동족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기를 안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곳에 남한 2천만 동포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조국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중립국.”
“당신은 고등 교육까지 받은 지식인입니다. 조국은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처한 조국을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중립국.” [중략]
명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중립국.”
설득자는,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미군을 돌아볼 것이다. 미군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서기의 책상 위에 놓인 명부에 이름을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나) 준다고 바다를 마실 수는 없는 일. 사람이 마시기는 한 사발의 물. 준다는 것도 허황하고 가지거니 함도 철없는 일. 바다와 한 잔의 물. 그 사이에 놓인 골짜기와 눈물과 땀과 피. 그것을 셈할 줄 모르는 데 잘못이 있었다. 세상에서 뒤진 가난한 땅에 자란 지식 노동자의 슬픈 환상. 과학을 믿은 게 아니라 마술을 믿었던 게지. 바다를 한 잔의 영생수로 바꿔 준다는 마술사의 말을. 그들은 뻔히 알면서 권력이라는 약을 팔려고 말로 속인 꼬임을. 어리석게 신비한 술잔을 찾아 나섰다가, 낌새를 차리고 항구를 돌아보자, 그들은 항구를 차지하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참을 알고 돌아온 바다의 난파자들을 그들은 감옥에 가둘 것이다. 못된 균을 옮기지 않기 위해서. 역사는 소걸음으로 움직인다.  [중략]
사람이 풀어야 할 일을 한눈에 보여 주는 것? 그것이 ‘죽음’이다. 은혜의 죽음을 당했을 때, 이명준 배에서는 마지막 돛대가 부러진 셈이다. 이제 이루어 놓은 것에 눈을 돌리면서 살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지 않다. 팔자소관으로 빨리 늙는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사람마다 다르게 마련된 몸의 길, 마음의 길, 무리의 길. 대일 언덕 없는 난파꾼은 항구를 잊어버리기로 하고 물결 따라 나선다. 환상의 술에 취해 보지 못한 섬에 닿기를 바라며. 그리고 그 섬에서 환상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무서운 것을 너무 빨리 본 탓으로 지쳐 빠진 몸이, 자연의 수명을 다하기를 기다리면서 쉬기 위해서. 그렇게 해서 결정한, 중립국행이었다.
―최인훈, 「광장」

8. 윗글 (가)에서 설득자의 말하기 방식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조국의 모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② 지식인임을 고려하여 차분하게 설득하고 있다.
③ 설득에 실패하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④ 조국의 장점을 내세우며 조국애에 호소하고 있다.


8. 정답: ③

해설:
중립국 행을 끝까지 주장하는 명준에게 설득자는 지식인이라는 사실을 좀더 강하게 내세우고 있을 뿐 나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최인훈의 <광장>은 1960년 8월에 발표되어 4·19 혁명 이후의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문학적으로 제기했을 뿐더러, 남북한의 분단 이데올로기를 진지하고 비판적으로 고찰한 최초의 작품이다. 이 소설은 전체가 타고르 호 위에서의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실의 시간과 공간은 타고르 호 위에서의 이틀인데, 이 시간 동안 회상하는 것은 광복 직후부터 한국 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우리 민족사의 대혼란기이다. 즉 이 작품은 사변적이고 도덕적인 주인공을 내세워 한국 사회의 혼란기를 짚어 봄과 동시에, 이를 통해 분단의 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하고자 한 것이다 

오답풀이:
① “대한민국이 과도기적인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에서 알 수 있다.

② 설득자는 “당신은 고등 교육까지 받은 지식인입니다.”라고 말하고, 예의를 지키며 침착하게 말하고 있다.

④ “제 나라보다 나은 데가 어디 있겠어요.~조국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고 하잖아요?”에서 알 수 있다.

9. 윗글 (나)의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전후 현실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지성인의 자아반성이 드러나 있다.
②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면서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고 있는 형식이다.
③ 남북 분단의 비극을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④ 분단 상황에서 선택에 내몰리는 지식인의 고뇌와 갈등을 그리고 있다.


9. 정답: ①

해설:
(나)에서 명준은 자신이 추구했던 이상이 모두 허상이었음을 깨닫고 남북 모두를 비판하고 있다. 즉 명준은 ‘한 잔의 영생수’로 표현되는 이상적 이데올로기가 실현되는 공간을 찾아 남과 북을 헤매었지만 남과 북의 권력자들, 즉 ‘마술사’들은 ‘마술’로 자신을 꾈 뿐이며, 이상적 이데올로기는 ‘지식 노동자의 환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남과 북은 진실을 숨기기 위해 ‘참을 알고 돌아온 바다의 난파자들’을 ‘감옥’에 가둔다며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를 모두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명준이 자유를 추구했으며 자아반성을 주로 하고 있다는 ①의 설명은 잘못되었다.

오답풀이:
② 명준이 겪은 사건들을 주로 비유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 소설은 타고르 호 위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을 취한다.


10. 윗글의 밑줄 친 ㉠∼㉣ 구절에 대한 설명 중 바르지 않은 것은?
① ㉠ 그가 남측 장교에게 설득 당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② ㉡ 중립국임을 반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단호함을 보여준다.
③ ㉢ 회유를 물리친 통쾌함 이면에는 그의 허탈감이 담겨 있다.
④ ㉣ 그가 남북 권력자들에게 굴종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0. 정답: ④

해설:
㉣은 남북의 권력자들(‘그들’)이, 이상을 좇아 ‘바다’를 헤매었지만 그것이 없음을 깨닫게 된 ‘바다의 난파자들’을 진실을 알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못된 균을 옮기지 않기 위해서’) 외부로부터 격리시킴을 의미한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11∼문15]


11.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설의법과 대구법이 쓰이고 있다.
② 시선의 이동에 따른 전개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③ 의태어를 사용하여 화자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④ 농촌의 일상 어휘와 어려운 한자어가 함께 쓰였다.


정답: ②

해설:
이 글은 초경(初更: 저녁 7~9시 사이)을 지난 시간부터 아침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개를 보인다.

박인로의 <누항사>는 한음 이덕형이 그에게 살림의 어려움을 묻자 이에 화답하여 지은 가사이다. ‘누항(陋巷)’이란 누추한 거리를 뜻하는 말로, 노계 박인로 자신이 사는 곳을 가리킨다. 작가는 가난한 생활의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빈이무원의 자세로 충절, 우애, 신의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음을 생생한 생활 경험과 일상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오답풀이:
① “잠이 와사 누어시랴.(잠이 와서 누워 있겠는가?)” 등에 설의법이, “내 빈천(貧賤) 슬히 너겨 손을 헤다 물너가며, / 남의 부귀(富貴) 불리 너겨 손을 치다 나아오랴.” 등에 대구법이 쓰였다.

③ ‘허위허위(허우적 허우적), 설피설피(맥없이)’의 의태어를 사용하여 급한 마음으로 소를 빌리러 갔지만 소득없이 허탈하게 돌아온 화자의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 

④ ‘먼덕(모자를 의미함), 소뷔(’쟁기’를 가리키는 사투리)’ 등의 농촌 일상 어휘와, ‘종조 주창(終朝 惆悵)하며(아침 내내 슬퍼하며), 빈이무원(貧而無怨: 가난하나 원망하지 않음)’ 등의 한자어가 함께 쓰였다.

12.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① 화자의 이웃은 이전에 나에게 소를 빌려준다고 말을 했었다.
② 화자는 소를 빌리기 위해 수꿩과 술을 들고 이웃집에 찾아 갔다.
③ 화자는 들려오는 농가(農歌)를 들으며 마음에 위로를 받고 있다.
④ 화자는 소를 빌리지 못했지만 농사를 짓고자 결심하고 있다.


정답: ①

해설:
(가)의 “쇼 한 젹 듀마 하고 엄섬이 하난 말삼(소 한 번 주마 하고 엉성하게 하는 말을 듣고)”에서 이웃이 화자에게 소를 빌려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답풀이:
② (가)에서 수꿩과 술을 들고 이웃집에 찾아간 사람은 ‘거넨 집 져 사람(건넛집에 사는 사람)’으로 화자는 아니다.

③ (나)의 “즐기난 농가(農歌)도 흥(興) 업서 들리나다.(즐기는 농부들의 노래도 흥 없게 들리는구나.)”에서 틀린 진술임을 알 수 있다.

④ (나)의 “춘경(春耕)도 거의거다 후리쳐 더뎌 두쟈.(봄갈이도 거의 다 지났다. 팽개쳐 던져 버리자.)”에서 틀린 진술임을 알 수 있다.


① 대승
② 가시
③ 노화
④ 백구


정답: ①

14. ㉠∼㉣ 중 화자가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정답: ①

해설:
㉠은 소를 가진 이웃집 사람이 하는 말이며, 나머지는 시적 화자가 하는 말이다.

15. [다]에 드러난 시적 화자의 태도와 가장 유사한 것은?


정답: ③

해설:
“빈이무원(貧而無怨)을 어렵다 하건 마난 내 생애(生涯) 이러호대 설온 뜻은 업노왜라. 단사표음(簞食瓢飮)을 이도 족(足) 히 너기로라.”에 나타나듯 화자는 가난한 생활이지만 만족하며 살겠다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③ 한호의 시조 역시 가난한 산촌 생활에서 안빈낙도하며 살겠다는 화자의 마음이 나타난다.

오답풀이:
① 황희의 시조로 가을이 깊어가는 농촌에서 느끼는 흥취를 읊고 있다.
② 서경덕의 시조로 임에 대한 그리움을 읊고 있다.
④ 조식의 시조로 지리산 양단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예찬하고 있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6∼18]

(가)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 다니는
㉡몇 송이의 눈.
-황동규,「조그마한 사랑의 노래」

(나)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하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紙)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荒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김광균,「추일서정」

16.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현재형 어미의 사용으로 시적 긴장감을 조성한다.
② 감각이 전이된 표현으로 역설적 상황을 강조한다.
③ 주변 상황의 묘사로 시적 화자의 정서를 드러낸다.
④ 비슷한 통사 구조의 문장의 반복으로 운율감을 살린다.


정답: ③

해설:
(가)는 눈 내리는 겨울 저녁 풍경을 묘사하여 암울한 현실에서 방황하는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며, (나)는 가을 풍경을 묘사하여 화자가 느끼는 애수와 고독을 표현하고 있다.

(가) 황동규의 <조그마한 사랑의 노래>는 사랑의 상실로 인한 슬픔과 방황을 노래하고 있다. 작품이 제작된 시대적 상황으로 보아, 자유와 민주주의가 억압받는 1970년대의 암울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읊은 시로 해석되기도 한다.

(나) 김광균의 <추일서정>은 1930년대 모더니즘 계열의 회화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도시적 삶의 고독과 비애감을 주관적인 감각 체험으로 창작한 작품으로, 현대 문명 속의 인간이 지닌 군중 속에서의 고독과 비애, 이방인의 우수를 노래하고 있다.

오답풀이:
② (나)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는 청각을 시각화한 공감각적 표현으로 황량한 가을을 거부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17. 밑줄 친 ㉠과 발상과 표현이 가장 유사한 것은?



정답: ②

오답풀이:
해설: ㉠은 ‘어제’라는 시간 즉 추상적인 개념을 사물화하여 ‘동여’매었다고 표현해 구체화하고 있다. ② 황진이의 시조에서도 ‘밤’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버혀 내’었다고 표현하여 구체화하고 있다.

18. ㉡이 시적 화자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때, 이와 가장 유사한 이미지의 시어를 (나)에서 찾는다면?
① ⓐ 넥타이
② ⓑ 급행 열차
③ ⓒ 풀벌레 소리
④ ⓓ 돌팔매 하나


정답: ④

해설:
㉡ ‘몇 송이 눈’은 상실감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떠다니며 방황하는 화자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 ‘돌팔매 하나’ 역시 황량함을 이기지 못해 화자가 무심히 던지는 것으로 무기력하게 방황하는 화자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오답풀이:
① ⓐ ‘넥타이’는 구불구불한 길을 비유한 말이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19∼21]


19. 위와 같은 노래의 설명으로 가장 옳지 않은 것은?
① 고정된 형식을 가지고 있다.
② 여음(후렴구)이 발달되어 있다.
③ 구전(口傳)되다가 조선시대에 기록되었다.
④ 주로 서민들의 진솔한 정서를 표현하였다.


정답: ①

해설:
고려가요는 대체로 몇 개의 연이 연속되는 분연체로 구성되며, 후렴구와 조흥구가 발달되었다는 형식적 특성을 보인다. 그러나 <정과정>, <사모곡>과 같이 하나의 연으로 구성된 작품도 있으며, 음수율도 다양한 것으로 보아 고정된 형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답풀이:
③ 고려가요는 구전되다가 조선시대에 《악학궤범》, 《악장가사》, 《시용향악보》 등에 기록되어 전한다.

20. 다음 각 연의 지배적 정서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 - 임에 대한 자부심
② (나) - 임의 장수를 바라는 마음
③ (다) - 임을 변함없이 따르고자 하는 마음
④ (라) - 임의 출세를 기원하는 마음


정답: ④

21. 위 노래가 단일 작가의 작품으로 가정할 때 <A>의 밑줄 친  ㉠‘몸’의 비유적 형상화로 볼 수 있는 것은?


정답: ③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2∼24]

근읍(近邑) 수령이 모여든다. 운봉 영장(營將), 구례, 곡성, 순창, 옥과, 진안, 장수 원님이 차례로 모여든다. 좌편에 행수 군관(行首軍官), 우편에 청령 사령(聽令使令), 한가운데 본관(本管)은 주인이 되어 하인 불러 분부하되,
“관청색(官廳色) 불러 다담(茶啖)을 올리라. 육고자(肉庫子) 불러 큰 소를 잡고, 예방(禮房) 불러 고인(鼓人)을 대령하고, 승발(承發) 불러 차일(遮日)을 대령하라. 사령 불러 잡인(雜人)을 금하라.”
이렇듯 요란할 제, 기치(旗幟) 군물(軍物)이며 육각 풍류(六角風流) 반공에 더 있고, 녹의홍상(綠衣紅裳) 기생들은 백수 나삼(白手羅衫) 높이 들어 춤을 추고, 지야자 두덩실 하는 소리 어사또 마음이 심란하구나.
“여봐라, 사령들아. 네의 원전(前)에 여쭈어라. 먼 데 있는 걸인이 좋은 잔치에 당하였으니 주효(酒肴) 좀 얻어 먹자고 여쭈어라.”
저 사령 거동 보소.
“어느 양반이관대, 우리 안전(案前)님 걸인 혼금(閽禁)하니 그런 말은 내도 마오.”
등 밀쳐 내니 어찌 아니 명관(名官)인가. 운봉이 그 거동을 보고 본관에게 청하는 말이
“저 걸인의 의관은 남루하나 양반의 후예인 듯하니, 말석에 앉히고 술잔이나 먹여 보냄이 어떠하뇨?”
본관이 하는 말이 / “운봉 소견대로 하오마는····.”
하니 ‘마는’ 소리 훗입맛이 사납겠다. 어사 속으로,
‘오냐, 도적질은 내가 하마. 오라는 네가 져라.’
운봉이 분부하여 / “저 양반 듭시래라.”
어사또 들어가 단좌(端坐)하여 좌우를 살펴보니, 당상(堂上)의 모든 수령 다담을 앞에 놓고 진양조 양양(洋洋)할 제 어사또 상을 보니 어찌 아니 통분하랴, 모 떨어진 개상판에 닥채저붐, 콩나물, 깍두기, 막걸리 한 사발 놓았구나. 상을 발길로 탁 차 던지며 운봉의 갈비를 직신, / “갈비 한 대 먹고지고,”
“다라도 잡수시오.” / 하고 운봉이 하는 말이
“이러한 잔치에 풍류로만 놀아나서 맛이 적사오니 차운(次韻) 한 수식하여 보면 어떠하오?” / “그 말이 옳다.”
하니 운봉이 운(韻)을 낼 제, 높을 고(高)자, 기름 고(膏)자 두 자를 내어 놓고 차례로 운을 달 제 어사또 하는 말이
“걸인도 어려서 추구권(抽句卷)이나 읽었더니, 좋은 잔치 당하여서 주효를 포식하고 그저 가기 무렴(無廉)하니 차운 한 수 하사이다.”
운봉이 반겨 듣고 필연(筆硯)을 내어 주니 좌중(座中)이 다 못하여 글 두 귀(句)를 지었으되, 민정(民情)을 생각하고 본관의 정체(政體)를 생각하여 지었겄다.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般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락시(燭淚落時) 민루락(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聲高)라.”
이 글의 뜻은,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았더라.”
이렇듯이 지었으되, 본관은 몰라보고 운봉이 이 글을 보며 내념(內念)에 / '‘아뿔싸, 일이 났다.’
이 때, 어사또 하직하고 간 연후에 공형(公兄) 불러 분부하되,
“야야, 일이 났다.”
공방(工房) 불러 포진(鋪陣) 단속, 병방(兵房) 불러 역마(驛馬) 단속, 관청색 불러 다담 단속, 옥 형리(刑吏) 불러 죄인 단속, 집사(執事) 불러 형구(刑具) 단속, 형방(刑房) 불러 문부(文簿) 단속, 사령 불러 합번(合番) 단속, 한참 이리 요란할 제 물색없는 저 본관이 / “여보, 운봉은 어디를 다니시오?”
“소피(所避)하고 들어오오.” / 본관이 분부하되,
“춘향을 급히 올리라.” / 고 주광(酒狂)이 난다.
「춘향전」

22. 위와 같은 판소리계 소설의 설명으로 가장 옳지 않은 것은?
① 산문과 운문이 혼용되어 있다.
② 해학과 풍자에 의한 골계미가 나타나 있다.
③ 꿈을 소재로 한 비현실적 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다.
④ 근원 설화 → 판소리 → 소설로 정착되는 발전 과정을 보이고 있다.


정답: ③

해설:
③은 꿈과 현실의 이중 구조를 취하는 몽자류 소설에 대한 설명으로 김만중의 <구운몽>, 남영로의 <옥루몽> 등이 이에 속한다.

오답풀이:
①·②·④ 판소리계 소설은 판소리에서 연창되던 사설이 18세기 초에 문자로 정착되면서 탄생하게 된다. 판소리계 소설은 전지적 시점을 취하며, 표면적 주제와 이면적 주제의 양면성이 두드러지는 특성을 보인다. 또한 운문체와 산문체가 혼합되어 있으나 운문적 요소가 더 강하게 남아 있으며, 지배층의 횡포와 부패를 폭로하는 풍자와 해학을 바탕으로 작품을 전개한 것이 특징적이다. 판소리계 소설은 ‘설화->판소리->판소리계 소설’의 정착 과정을 거치며 후에 신소설로 전승된다.

23. 위 글의 특징으로 가장 옳지 않은 것은?
① 서술자의 작중 개입이 나타나 있다.
② 요약적 서술로 사건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③ 당대의 현실 고발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④ 언어 유희적 표현에 의한 해학성이 나타나 있다.


정답: ②

해설:
이 글은 어사또가 본관의 연회 자리에 등장하여 벌어지는 사건들을 대화와 행동, 배경묘사를 위주로 한 극적 전개로 자세히 제시하고 있으므로 ②는 잘못된 진술이다.

<춘향전>은 판소리가 소설로 정착된 소설로, 열녀 설화, 암행어사 설화, 신원 설화 등의 근원 설화가 있으며 후에 신소설 <옥중화>로 전승된다. 순종적인 열녀의 모습을 칭송한 것이 작품의 표면적인 주제라면, 신분 상승의 의지, 탐관오리에 대한 저항은 이면적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오답풀이:
① “어찌 아니 명관인가.” 등에서 서술자의 논평이 나타난다.

③ 어사또는 한시를 통해 여흥에 취해 가난한 백성은 돌보지 않는 위정자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④ “상을 발길로 탁 차 던지며 운봉의 갈비를 직신, / "갈비 한 대 먹고지고,"”에서 사람의 신체 부위와 고기를 함께 써 해학적으로 표현한 언어 유희가 나타난다.

24. 위 글에 나타난 ‘운봉’에 대한 평가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눈치가 빠르고 용의주도(用意周到)한 인물이군.
② 마음 씀씀이가 넉넉한 무골호인(無骨好人)이군.
③ 생각과 행동이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물이군.
④ 윗사람에게는 아첨하고 아랫사람에게는 방약무인(傍若無人)한 인물이군.


정답: ①

해설:
어사또의 거동을 보고 그를 말석에 앉혀 대접하는 모습과, 어사또의 시를 듣고 단속을 시키는 모습에서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준비하여 행동함을 알 수 있다. ‘용의주도(用意周到)하다’는 ‘꼼꼼히 마음을 써서 일에 빈틈이 없다.’는 말이다.

오답풀이:
② 무골호인(無骨好人): 줏대가 없이 두루뭉술하고 순하여 남의 비위를 다 맞추는 사람.

③ 표리부동(表裏不同): 겉으로 드러나는 언행과 속으로 가지는 생각이 다름.

④ 방약무인(傍若無人): 곁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아무 거리낌 없이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태도가 있음.

25. 다음 밑줄 친 말 중 경어법이 잘못된 것은?
① 어머니를 모시고 장에 갔다 오너라.
②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저에게 여쭤 보세요.
③ 제가 찾아 뵙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④ 할머니께서는 아직 귀가 밝으십니다.


정답: ②

해설:
‘여쭈다’는 웃어른에게 말씀을 올린다는 의미이다. 존경의 어휘를 쓰지 않아야 할 자리에 존경의 어휘를 쓰는 것은 잘못이다. →‘~저에게 물어 보세요.’

오답풀이:
① ‘모시다’라는 어휘를 통해 ‘어머니’를 높이는 객체 높임이 적절하게 쓰였다.

③ ‘말씀’은 남의 말을 높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자기의 말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기도 하므로 ‘말씀’을 쓰는 것은 적절하다.

④ ‘밝으시다’에서는 문장의 주체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주어를 간접적으로 높이는 간접 높임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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