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2일에 시행한 법원직(법원서기보직) 9급 공무원 시험 국어 기출문제입니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 1 ~ 문 3】
(가)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나)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다)이씨의 사촌이 되지 말고
민씨의 팔촌이 되려무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배 띄여라 노다 가세.

남산 밑에다 장춘단을 짓고
군악대 장단에 받들어총만 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배 띄여라 노다 가세.

아리랑 고개다 정거장 짓고
전기차 오기만 기다린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배 띄여라 노다 가세.

문전의 옥토는 어찌 되고
쪽박의 신세가 웬 말인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배 띄여라 노다 가세.

밭은 헐려서 신작로 되고
집은 헐려서 정거장 되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배 띄여라 노다 가세.

(라)㉣새와 짐승도 슬피 울고 바다와 산도 찡그리네.
무궁화세계는 이미 사라지고 말았구나.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천고(千古)를 생각하니,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기만 하구나.
【문 1】(가)~(라)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민족의 현실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② 대상에 시적 화자의 감정을 이입하고 있다.
③ 현실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
④ 주어진 상황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여 순응하고 있다.


(가)의 화자는 “세월에 불 타고,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등과 같은 표현을 통해 자신이 부정적 현실에 놓여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나)의 화자는 한을 품고 죽어간 누이를 그리워하고 있으므로, 현재 부정적 현실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의 화자도 문전의 옥토가 사라지고, 밭이 헐리는 등 부정적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라)의 화자도 ‘무궁화 세계가 이미 지고 말았다’고 하여 망국의 현실에 서 있음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가)∼(라)의 시적 화자들은 모두 부정적인 현실 상황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문 2】<보기>는 (나)의 모티프가 된 설화의 내용이다. <보기>를 참고하여 시인의 창작 과정을 추리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평북 박천의 진두강 가에 부모와 소녀, 아홉 동생이 살았다. 어느 날 어머니로 흉폭한 계모가 와서 매일 10남매를 구박했고, 아버지도 모른 체했다. 계모의 학대는 심해져서 생모의 유물을 버리고, 남매들에게 끼니도 주지 않았고, 외출도 금지하였다. 세월이 지나 소녀는 박천의 부잣집 도령과 혼약하여 많은 예물을 받았는데, 계모는 이를 시기하여 예물을 모두 빼앗고, 소녀를 장롱에 가두어 불태워 죽였다. 아홉 동생은 죽은 누이가 타버린 재를 헤치고 울었으며, 이 때 재 속에서 접동새가 나왔다. 이 사실이 관가에 알려지자 계모도 같은 방법으로 사형에 처해졌는데, 여기서는 까마귀가 나왔다. 접동새가 된 누나는 계모가 무서워 낮에 오지 못하고 남이 모두 자는 밤에 와서 아홉 동생들의 잠을 지키며 울었다.
①작품의 공간을 구체화하되 향토성이 느껴지도록 하자.
②구체적인 청자를 설정하지 말고 전체적으로 독백적인 느낌이 들도록 하자.
③작품의 주제가 한의 정서이니 전통적인 민요 가락과 정조가 나타나도록 하자.
④누나를 시적 화자로 하여 의붓어미 시샘에 죽은 억울함과 남은 동생에 대한 그리움이 잘 드러나도록 하자.


④ 이 시의 화자는 ‘아우래비 또는 오랍동생’이다. 따라서 ‘누나를 시적 화자로 설정하였다’는 표현은 이 작품의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문 3】㉠~㉣에 대한 다음의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 : 독립을 위한 열정과 의욕을 함축하고 있다.
② ㉡ : 죽은 누나의 한(恨)이 형상화된 대상이다.
③ ㉢ :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후렴구이다.
④ ㉣ : 국권 강탈의 비극을 감정 이입의 수법으로 나타내고 있다.


(다)는 일제 때문에 피폐해진 식민지 현실을 노래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흥겨운 느낌을 주는 후렴구는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문 4】다음 단위어의 사용이 알맞은 것은?
① 마늘 2접 → 마늘 20개
② 바늘 3쌈 → 바늘 72개
③ 북어 2쾌 → 북어 20마리
④ 생선 3두름 → 생선 30마리


② 바늘 3쌈 : 24개(1쌈) × 3 = 72개
① 마늘 2접 : 100개(1접) × 2 = 200개
③ 북어 2쾌 : 20마리(1쾌) × 2 = 40마리
④ 생선 3두름 : 20마리(1두름) × 3 = 60마리

【문 5】다음 중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은?
① 이 충무공은 우리나라를 큰 위험에서 구한 영웅이다.
② 스위스의 알프스 산은 언제 봐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③ 가을이 되어 낙엽이 지는 것을 보니 그가 다시 올 듯도 하다.
④ 나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 내가 그 자리를 떠난 지가 언제인데.


① 성과 호는 붙여 쓴다. 따라서 ‘이 충무공’은 ‘이충무공’이라고 붙여 써야 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는 ‘우리 나라’라고 띄어 쓰고 있는데,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에서는 ‘우리나라’를 하나의 합성어로 인정하여 붙여 쓰고 있다.

【문 6】<보기>와 같이 글쓰기 계획을 세워 보았다. 세부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주제 : 출산율 증가를 위하여 정부와 관련 단체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 문제 인식 : 출산율이 해가 갈수록 급감하고 있다. 
㉡나. 예상 독자 설정 : 출산을 앞둔 산모와 직장 여성
다. 논지 전개 방향 : 실례와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 제기 → 이러한 문제가 가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개선 노력 촉구
라. 원인 분석
· 취업 여성의 경우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다.
· 육아지원 서비스를 위한 사회기반 시설이 취약하다.
마. 자료 조사
㉢ · 최근 30여 년 간의 유·초·중등학교의 취학학생수의 변화를 조사한다.
· 직장 여성들을 인터뷰해서 실상을 듣는다.
바. 해결방안 제시
· 육아는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는 인식을 고취한다.
㉣ · 직장 내 보육 시설 설치를 법제화하여 직장 여성들이 충분한 육아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① ㉠
② ㉡
③ ㉢
④ ㉣


글의 주제를 “출산율 증가를 위해 정부와 관련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이라고 하였으므로, ㉡에서 예상독자는 ‘출산을 앞둔 산모와 직장 여성’만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즉, 출산율 증가를 가져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정부와 관련단체, 나아가 직장을 포함한 사회 전체를 예상 독자로 봐야 한다.

【문 7】다음 글의 밑줄 친 ㉠∼㉣의 한자로 올바르지 못한 것은?
 첫째,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는 대화는 그의 사람됨을 이룩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말은 상대방과 주고받음으로써만 늘 새롭게 샘처럼 솟아나고, 현실에 들어맞게 되어 더욱 창조적이 된다. 일방적으로 내뱉는 말은 흔히 빈말이 되어 시들어 버리지만, 대화 속의 말은 늘 객관적인 사실을 ㉠지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으로부터 제기되는 의문과 저항은 언제나 객관성을 시험하여, 말을 더욱 생산적이 되게 한다. 그리고 진정한 친구들 사이에서 마음의 문을 연 대화는 사람을 불안과 긴장에서 해방시키고, 포근하게 자신을 가다듬을 수 있게 한다. 이같이 대화는 우리의 자아 형성에 크게 이바지한다.
 둘째, 인간의 순간적인 행동, 그리고 나아가 자아 형성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에 영향을 받는다. 처음으로 어린아이를 가지는 사나이가 ‘아버지’라 불렸을 때, 이 아버지라는 말은 그의 행동과 삶에 크게 작용하며, 그의 자아 형성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사회적인 지위나 직업이 인간의 자아 의식에 미치는 심리적인 규제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다. 직업이나 지위에 대한 의식보다 오히려 ‘선생님’ 혹은 ‘아버지’라 불렸을 때, 그 말들은 순간적으로 나의 행동과 삶에 작용하여 유동적인 행동이나 삶을 늘 일정한 길을 따라 발전해 가게 한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름, 곧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이름도 우리의 사람됨을 위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한 사람을 하나의 이름으로 부름으로써 그를 동일성에 있어서 붙들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자기의 이름이 아닌 ㉢가명으로 행세하는 사람은 자기의 동일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과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흔히 이름을 버려서 과거의 자기와 현재의 자기의 동일성과 ㉣정체성을 없애 버리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① ㉠ 志向
② ㉡ 呼稱
③ ㉢ 假名
④ ㉣ 政體性


㉣은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를 의미하는 말로 ‘正體性’이라 써야 한다.

【문 8】다음 시조의 주제를 나타내기에 가장 적합한 한자 성어는?
흥망(興亡)이 유수(有數)하니 만월대(滿月臺)도 추초(秋草)로다.
오백 년(五百年) 왕업이 목적(牧笛)에 부쳐시니
석양(夕陽)에 지나는 객(客)이 눈물계워 하노라
① 망양지탄(望洋之嘆)
② 맥수지탄(麥秀之嘆)
③ 만시지탄(晩時之歎)
④ 풍수지탄(風樹之嘆)


이 작품은 원천석의 시조로, 망국에 대한 탄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주제의식과 관련된 한자성어는 ④이다. ④와 관련된 고사는 다음과 같다.
상(商) 나라 주왕(紂王)이 주색에 빠져 백성과 제후들에게 미움을 받았는데, 결국 주(周) 나라 무왕(武王)이 제후들을 규합해 쳐들어오자 패배해 자살하였다. 나중에 주왕의 숙부인 기자(箕子)가 상(商)의 옛 도성을 지나며 시를 지었는데, 이때 맥수지시가 나왔다. <사기>의 ‘송미자세가(宋微子世家)’에 “麥秀漸漸兮(맥수점점해) 禾黍油油兮(화서유유혜) 彼狡童兮(피교동혜) 不與我好兮(불여아호혜)”라 하였다. “옛 궁궐터에는 보리만이 무성하고 벼와 기장도 기름졌구나. 도성이 이 꼴로 변한 것은 그 녀석이 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지”라는 뜻으로, 나라가 망한 것에 대해 탄식하는 내용이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 9 ~ 문11】

【문 9】(가)~(다)의 공통점으로 적절한 것은?
①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을 반추하고 있다.
② 상황이 개선되리라는 기대가 나타나 있다.
③ 대상에 대한 연모의 정서가 내재되어 있다.
④ 자신이 한 일에 대한 회한이 잘 드러나 있다.


(가)의 화자는 행상 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며 안전을 기원하고 있고, (나)의 화자는 죽은 기파랑을 추모하고 있으며, 또 (다)의 화자는 떠나간 임을 그리워하고 있다. 따라서 세 작품의 공통점은 ‘대상에 대한 연모의 정서가 내재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문10】㉠~㉣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달’에 의탁하여 자신의 소망과 기원을 담아내고 있다.
② ㉡:대상에 대한 화자의 원망이 잘 드러나 있다.
③ ㉢:시적 화자의 추모의 마음이 집약되어 있다.
④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후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은 “위험한 곳을 디딜까 두렵습니다.”라는 뜻으로, 남편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으므로, ②는 적절한 감상으로 볼 수 없다.

【문11】㉤에 내재된 시적 화자의 정서와 가장 유사한 것은?


㉤은 ‘떠나보내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②에서도 화자는 이별한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다.
① 산촌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삶
③ 노래를 불러 시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④ 위백규, ‘농가 9장’ : (일을 하다 보니) 땀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볕은 쬘대로 쬔다. / 맑은 바람에 옷깃을 열고 쉬면서 긴 휘파람을 멋들어지게 불 때 / 어디서 길 가던 손님이 (이 소리를, 우리를, 혹은 우리의 생활을) 아는 듯이 발걸음을 멈추는가?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12 ~ 문13】

【문12】ⓐ ~ ⓓ 중, 함축적 의미가 나머지 셋과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주어진 글에서 ‘구롬, 안개, 람, 믈결’ 등은 조정을 어지럽히는 간신배를 뜻하고, ‘일월’은 임금을 뜻한다. 즉 ⓒ의 ‘일월’은 화자가 만나려는 대상이고, ‘ⓐ구롬, ⓑ안개, ⓓ람’ 등은 그 만남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문13】표현 방식이 ㉠과 가장 가까운 것은?
① 오늘날의 학생들은 학문 연구는 고사하고 실용적인 공부나 하려 한다.
② 다른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나간다.
③ 지도층이 생활의 본을 보이면, 아랫사람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따라가게 된다.
④ 인생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소유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이다.


㉠는 비교법이 쓰였다. ㉠은 “각시님, 달이 아니라 궂은 비나 되소서.”라고 해석되는데, 니는 ‘달’과 ‘궂은 비’를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즉, ‘달보다는 궂은 비가 되라’는 뜻이다. ①에서도 ‘학문 연구’보다는 ‘실용적 공부’를 하려한다고 하여 두 대상을 비교하고 있다.

【문14】다음 밑줄 친 단어 중 표준어인 것을 고르면?
① 지난 여름에도 가물이 심하더니 올해도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이다.
② 갓 태어난 숫평아리 한 마리가 모이를 먹겠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③ 10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빨간 벽돌담에는 담쟁이 덩쿨이 무성하게 퍼져있었다.
④ 사람은 윗어른을 어떻게 모시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① ‘가물’과 ‘가뭄’은 복수표준어이다.
② 수평아리, ③ 넝쿨/덩굴, ④ 웃어른

【문15】다음 중 복수 표준어로 인정되는 낱말이 아닌 것은?
①다달-이/매-달
②모-내다/모-심다
③까다롭다/까탈-스럽다
④욕심-꾸러기/욕심-쟁이


‘까탈스럽다’는 비표준어, ‘까다롭다’가 표준어이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16 ~ 문17】
내가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錢莊)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 원짜리 은전 한 닢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전장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돈을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다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은전을 내어놓으며,
“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전장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보더니,
“이 돈을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돈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전장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은전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바닥이 누더기 위로 그 돈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돈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아 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일원짜릴 줍니까? 각전(角錢) 한 닢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여덟 닢을 각전 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대양(大洋) 한 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엇을 하려오?”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문16】위 글의 표현상의 특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현장감과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② 과거의 체험을 현재화하여 사건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③ 결말을 간결하게 제시하면서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
④ 인물에 대한 직접적 설명과 주관적인 논평을 통해 교훈을 준다.


이 작품은 인물에 대해 직접 설명하거나 주관적 논평 형태를 취하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 묘사를 통해 사실성과 흥미를 돋우고 있는 수필이므로 ④와 같은 설명은 옳지 않다.

【문17】위 글의 거지의 성격을 바르게 이해한 것은?
① 자신이 지닌 소유욕의 허망함을 깨닫는다.
② 자기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노력한다.
③ 성실한 삶의 자세를 지니고 남의 도움 없이 살아 나간다.
④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자기의 삶을 절제하며 돈을 모은다.


이 글의 거지는 ‘은전 한 닢’을 갖기 위해 동전 마흔여덟 닢을 각전 닢과 바꾸고, 그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대양[大洋]’ 한 푼을 얻는다. 그리고 그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린다. 따라서 이 글의 거지는 자기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존재로 볼 수 있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18 ~ 문19】
 우리 나라는 단일한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는 나라이다. 불행한 역사로 말미암아 지금은 비록 양쪽으로 갈라져 있기는 하지만, 남과 북에서는 갈라지기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글 맞춤법과 같은 언어 규범도 그 뿌리가 동일하며, 고유어를 중심으로 한국어를 가꾸어야 한다는 생각에도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언어적 기반에 공통되는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간의 언어 생활의 현실은 점점 더 이질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질화는 주로 체제와 이념에 따른 언어관과 언어 정책 등의 차이로 인하여 발생하게 된 것인데, 이는 같은 언어 유산을 물려받은 하나의 민족이라는 시각에서 볼 때에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북한은 언어를 혁명과 건설의 힘있는 무기라고 생각하는 유물론적(唯物論的) 언어관에 근거하여 언어 정책을 수립하였으며, 이렇게 수립된 정책을 당의 통제하에 획일적으로 강력하게 시행하여 왔다. 이에 따라, 북한의 언어는 특히 1966년에 시작된 이른바 문화어 운동 이후부터, 일반적인 언어 변화의 속도를 훨씬 앞질러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다. 같은 기간 동안에 남한에서도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언어가 상당히 변화하였기 때문에, 결국 남북한의 언어는 이질화의 길을 걸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의 통일이라는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그리고 통일된 뒤에 등장할 문제들을 조망해 보기 위해서도 우선 북한말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말에는 남한에서 사용하는 말과 형태는 같은데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는 단어가 많다. ‘동무, 인민’등의 단어가 남한에서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는 일이거니와, 가령 ‘아가씨’같은 말도 좋은 의미로는 사용되지 않고 봉건 사상이 담긴 부정적인 의미가 첨가되어 사용된다. ‘예술’이라는 말도 본래의 의미 외에 ‘기술과 수련’이라는 뜻으로 확대 사용된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 제도의 차이에 따른 언어관 및 언어 정책의 차이로 말미암아 나타난 현상으로서, 문화어 정책 수립 이후 더욱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에서는 문체를 혁명과 건설의 힘있는 무기로서 언어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본다. 언어의 표현면에 관련된 모든 문제들이 문체를 통해서 반영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는 문화어의 문체는 간결성, 정확성, 명료성을 보장하고, 말과 글을 통한 전투성과 호소성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북한에서는 말을 다듬는다고 하여 한자어를 몰아 내고 눈에 ㉠선 고유어를 많이 만들어 오히려 언어 생활에 혼란을 일으켰다는 평가도 없지 않으나, 그 정신만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 정도의 차이는 없지 않으나 남한에서도 비슷한 아픔을 겪어 가며 우리 말과 글을 가꾸어 왔다. 또, 남북의 언어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더라도 아직은 이질적인 면보다는 공통적인 면이 더 많다. 특히, 글말의 경우, 약간의 차이점을 제외한다면 거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남북한 맞춤법이 모두 1933년에 제정된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은 장차 남북한의 언어 통일을 위해서 매우 긍정적인 면이기도 하다. 이제 남북한의 언어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문18】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남북한의 언어적 기반에는 공통되는 점이 많다.
② 남북한의 언어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③ 남한은 사회의 변화로 인해 북한은 정책의 변화로 인해 언어가 변화했다.
④ 남한어와 북한어에는 의미는 같은데 형태는 다르게 사용되는 단어가 많다.


지문의 내용과 설문의 내용이 일치하는지를 묻는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먼저 설문의 내용을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기억한 후 지문을 통독한다. 그러다가 설문에서 보았던 내용이 나오면 그 내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통독하다 보면 셋째 단락 첫 문장에서 “북한말에는 남한에서 사용하는 말과 형태는 같은데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는 단어가 많다.”라는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④의 내용과 상반되는 내용이므로 ④를 답으로 정하면 된다.

【문19】단어의 쓰임이 ㉠과 같은 것은?
① 그의 행동은 수박의 꼭지를 도린 것이다.
② 너의 생각은 합리적이기보다는 다분히 설다.
③ 어제 잠이 설었던 탓인지 하루 내내 힘이 없다.
④ 오랜만에 찾아온 집이라서 대문부터 설게 느껴진다.


㉠의 앞에 ‘눈에’라는 말이 있으므로, ㉠은 ‘익숙하지 못하다.’의 의미를 가진 ‘설다’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뜻으로 쓰인 것은 ④이다. ④의 ‘설다’도 앞의 ‘대문(이)’를 통해 같은 뜻임을 알 수 있다.

① 열매, 밥, 술 따위가 제대로 익지 아니하다.
② 빈틈이 있고 서투르다.
③ 잠이 모자라거나 깊이 들지 아니하다.

【문20】밑줄 친 단어의 사용이 잘못된 것은?
① 마을 이장이 소에게 받쳐서 꼼짝을 못한다.
② 학생들은 공책에 책받침을 받치고 쓴다.
③ 술을 거르기 위해서 체에다 밭쳤다.
④ 새로 부임한 군수에게 음식을 만들어 바쳤다.


①은 소에게 받음을 당한 것이므로 피동접사 ‘히’를 넣은 형태인 ‘받혀서’를 써야 한다.

㉠ 받히다 : ‘받다’의 피동사.

㉡ 받치다 : ‘받다’의 힘줌말로 “어떤 물건의 밑이나 안에 다른 물체를 대다, 주변에서 돕다, 비나 햇빛과 같은 것이 통하지 못하도록 우산이나 양산을 펴 들다.” 등의 뜻으로 쓰인다.

㉢ 밭치다 : ‘밭다’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로, “액체가 바싹 졸아서 말라붙다. 몸에 살이 빠져서 여위다. 근심, 걱정 따위로 몹시 안타깝고 조마조마해지다.” 또는 “건더기와 액체가 섞인 것을 체나 거르기 장치에 따라서 액체만을 따로 받아 내다.”의 뜻이다.

㉣ 바치다 : 신이나 웃어른에게 정중하게 드리다.

※다음 시를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21 ~ 문22】
(가)  님이여, 당신은 백 번이나 단련한 금(金)결입니다.
뽕나무 뿌리가 산호가 되도록 천국의 사랑을 받읍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아침 볕의 첫걸음이여.

님이여, 당신은 의(義)가 무거웁고, 황금이 가벼운 것을잘 아십니다.
거지의 거친 밭에 복(福)의 씨를 뿌리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옛 오동의 숨은 소리여.

님이여, 당신은 봄과 광명과 평화를 좋아하십니다.
약자(弱者)의 가슴에 눈물을 뿌리는 자비의 보살(菩薩)이 되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얼음 바다에 봄바람이여.

(나)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문21】(가), (나)의 공통점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② 시의 대상은 일상적이고 상대적인 존재이다.
③ 어구의 반복을 통해 시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④ 간절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가)에서 ‘님’은 화자에게 절대적 존재이고, (나)에서 ‘눈물’은 가장 값지고, 가장 나중의 것인 절대적인 것이다. 따라서 ②의 ‘일상적이고 상대적인 존재’라는 표현은 (가)와 (나)의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문22】(가), (나)의 '눈물'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의 '눈물'은 님이 지닌 사랑의 마음과 관련된다.
② (가)의 '눈물'은 님이 지닌 인간적인 면을 암시한다.
③ (나)의 '눈물'은 또 다른 생명을 낳을 수 있는 것이다.
④ (나)의 '눈물'은 웃음을 지닌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④에서처럼 (나)의 ‘눈물’을, ‘웃음을 지닌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라 보는 것은 작품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웃음’은 자식을 얻었을 때의 기쁨을 말하는 것이고, ‘눈물’은 그 자식을 신께서 데려가셨을 때 흘리는 것이다. 즉, ‘눈물’은 불완전하고 순간적인 ‘기쁨’이 그친 후에 깨닫게 되는 ‘완전하고 영원한 가치’를 뜻한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문23 ~ 문24】
 (엄동설한에 장끼가 아내 까투리와 함께 자식들을 거느리고 먹을 것을 찾아 들판을 헤매다가 콩 한 알을 발견한다. 까투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굶주린 장끼는 고집을 부려 먹으려고 한다.)

까토리 홀로 경황(驚惶) 없이 물러서니, 장끼란 놈 거동 보소, 콩 먹으러 들어갈 제 열두 장목 펼쳐 들고 꾸벅꾸벅 고개 조아 조츰조츰 들어가서 반달 같은 혀뿌리로 들입다 꽉 찍으니 두 고패 둥글어지며, 머리 위에 치는 소리 박랑사(博浪沙) 중에 저격 시황(狙擊始皇)하다가 버금 수레 맞히는 듯 와지끈 뚝딱 푸드득 변통 없이 치였구나.
까토리 하는 말이.
“저런 광경 당할 줄 몰랐던가, 남자라고 여자의 말을 잘 들어도 패가(敗家)하고, 계집의 말 안 들어도 망신(亡身)하네.”
까토리 거동 볼작시면, 상하 평전 자갈 밭에 자락 머리 풀어 놓고 당글당글 궁글면서 가슴 치고 일어 앉아 잔디풀을 쥐어 뜯어 애통하며, 두 발로 땅땅 구르면서 붕성지통(崩城之痛) 극진(極盡)하니, 아홉 아들 열두 딸과 친구 벗님네도 불상타 의논하며 조문(弔問) 애곡(哀哭)하니 가련 공산 낙목천(落木天)에 울음소리 뿐이로다.
까토리 슬픈 중에 하는 말이,
"공산야월(空山夜月) 두견성(杜鵑聲)은 슬픈 회포(懷抱) 더욱 설다. 통감(通鑑)에 이르기를, 양약이 고구(苦口)나 이어병(利於病)이요, 충언(忠言)이 역이(逆耳)나 이어행(利於行)이라, 하였으니 자네도 내 말 들었시면 저런 변 당할손가, 답답하고 불쌍하다. 우리 양주(兩主) 좋은 금슬(琴瑟) 눌더러 말할소냐, 슬피 서서 통곡(痛哭)하니 눈물은 못[沼]이 되고, 한숨은 풍우(風雨)된다. 가슴에 불이 붙네, 이내 평생 어이 할고.”
장끼 거동 볼작시면 차위 밑에 엎디어서,
“예라 이년 요란하다. 후환(後患)을 미리 알면 산에 갈 이 뉘 있으랴. 선(先) 미련 후 실기(後失期)라. 죽는 놈이 탈 없이 죽으랴, 사람도 죽기를 맥(脈)으로 안다 하니 나도 죽지 않겠나 맥이나 짚어 보소.”
까토리 대답하고 이른 말이,
“비위맥(脾胃脈)은 끊어지고, 간맥(肝脈)은 서늘하고, 태충맥(太沖脈)은 걷어가고, 명맥(命脈)은 떨어지네. 애고 이게 웬일이요, 원수로다. 원수로다. 고집불통 원수로다.”
장끼란 놈 하난 말이,
“맥은 그러하나 눈청을 살펴보소. 동자(瞳子) 부처 온전한가.”(중략)
장끼란 놈 반눈 뜨고
“자네 너무 설워 마소, 상부 잦은 네 가문(家門)에 장가가기 내 실수라. 이말 저말 잔말 마라, 사자(死者)는 불가부생(不可復生)이라 다시 보기 어려우니, 나를 굳이 보려거든 명일 조반 일찍 먹고 차위 임자 따라가면 김천(金泉) 장에 걸렸거나 전주(全州) 장에 걸렸거나 청주(淸州) 장에 걸렸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감영도(監營道)나 병영도(兵營道)나 수령도(守令道)의 관청고(官廳庫)에 걸리든지 봉물(封物) 짐에 얹혔든지 사또 밥상 오르든지 그렇지 아니하면 혼인(婚姻)집 폐백 건치(乾雉) 되리로다. 내 얼굴 못 보아 설워 말고 자네 몸 수절(守節)하야 정렬부인(貞烈夫人) 되옵소서, 불쌍하다, 이내 신세 불쌍하다. 우지 마라 우지 마라 내 까토리 우지 마라. 장부 간장 다 녹는다. 네 아모리 설워하나 죽는 나만 불쌍하다.”
장끼란 놈 기를 쓴다. 아래 곱패 벋디디고 위곱패 당기면서 버럭버럭 기를 쓰나 살 길이 전혀 없고 털만 쏙쏙 다 빠지네.

【문23】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풍자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② 서술자가 작품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③ 생생한 장면 묘사로 현장감을 부여한다.
④ 인격화된 동물에 의해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이 작품에는 ‘변통 없이 치였구나.’ 등과 같은 부분에서 편집자적 논평이 나타난다. 이는 서술자가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전지적 작가 시점의 특성에도 해당한다. 따라서 ②는 적절한 이해가 아니다.

【문24】위 글을 통해 궁극적으로 드러내려고 하는 바는?
① 피지배 계층의 무능함
② 세속적 가치의 소중함
③ 종교 집단의 부도덕함
④ 권위에 의한 약자의 억압


이 글은 엄동설한에 굶주림을 이기지 못한 장끼가 까투리의 만류를 듣지 않고 붉은 콩을 먹다가 덫에 걸려 죽을 지경에 이르자 부인인 까투리에게 절개를 지켜 수절하라고 유언하는 대목이다. 이는 조선후기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에게 수절을 강요하던 억압적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다.

【문25】다음 글의 밑줄 친 부분에서 시적 화자가 보여주는 태도와 가장 이질적인 것은?

① 내 가슴에 독(毒)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害)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고 위협하고
-김영랑 <독을 차고>

②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秋收)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은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 주는 것은 죄악이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 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한용운 <당신을 보았습니다>

③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신경림 <목계장터>

④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풀>


밑줄 친 부분에서는 처용의 역신에 대한 ‘체념과 관용’의 정서가 잘 드러난다.
② ‘그 말을 듣고 돌아 나올 때’에서 체념의 정서가 드러난다.
③ ‘가을볕도 서러운’에서 체념의 정서가 드러난다.
④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에서 관용의 정서가 드러난다.



댓글 쓰기

 
Top